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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차’ 공부한 하동 청년 젊은 감각의 차 산업을 ‘일구다’



 

‘차(茶)’라는 단어는 건강, 하동, 차 축제, 장인, 어르신 등의 연관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청년 이미지는 드물다. 그런데 앞으로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중국까지 유학 가서 차를 공부 하고 돌아와 국내 차 산업에 뛰어든 당찬 20대 청년이 있어서다. 2021년 경남도의 청년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에도 선정된 옥선명차 대표 하윤(29) 씨다.

 

(경남공감 2022년 6월호)박정희  사진 김정민

 

남들이 가지 않은 ‘차 공부’ 중국 유학길

 

그를 만나러 날 좋은 날 하동군 화개면으로 향했다. 화개장터 인근에서도 8km나 더 들어가는 심심산골이다. 차의 본고장답게 가는 길목 곳곳에 차 업체가 포진해있다. 도착지에 내리자, 조금 전까지도 차를 만들다 나왔다면서 하윤 씨가 반겨준다.

 

옥선명차는 모친 이은경(57)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요산당 2층에 있다. 사방이 유리로 된 신식 티 룸이다. 차밭이 훤히 내다보이는 풍경부터 예술이다. 우전을 내려 권하는 손길이 단정하다. 집안 대대로 차 농사를 해서 차를 전공했나 보다 짐작하고 물었다. “아니요. 자연스럽게 차를 접하고 살았지만 차를 업으로 할 생각은 못 했죠. 시작은 도시 유학 실패 때문이었어요.” 하동에서 나고 자라 하동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단다. 진주로 고교진학을 했는데, 이게 실패했다는 뜻이다. 남들처럼 좋은 대학가는 게 꿈이었고, 당연히 그리될 줄 알았으나 원하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서 다른 길을 모색한 게다. 아버지 하구(57) 씨가 추천했다. 중국에 가서 본격적으로 차 공부를 해보라고.

 

진입은 쉬우나 졸업 어려운 절강대 차 학과

 

1년 중국 어학연수, 그다음 중국 항저우(杭州)에 있는 절강대 차 학과에 진학했다. 어학연수 시절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먹는 것도, 위생도, 심지어 인터넷 환경까지 힘들었어요. 한동안 밥을 못 먹었죠. 그래도 대충할 수는 없었어요. 부모님이 힘들게 보내주셨는데 싶어서요.”

 

어학연수 시간을 남보다 알차게 보낸 그는 중국 5대 명문으로 꼽히는 절강대 차 학과를 4년 만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2015년 입학해 2019년 졸업했다. 절강대는 진입은 쉽고 졸업은 어려운 학교로 유명하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유학생이 20%씩 중도 포기할 정도다. 특히 차 학과는 오래전 한국인이 2~3명 정도 학사로 졸업했을 뿐 수년간 졸업생을 배출못했다. 입학생은 더러 있었어도 다른 과로 전과하거나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니, 그의 노력이 짐작된다.

 

 


 

 

부단히 차 실험하며 제품의 질 향상

 

어학연수 시절을 포함해 중국생활 6년간 그는 매년 봄 고향에 왔다. 향수병 때문이 아니라, 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즉 3주 정도의 제다 기간(4월 중순~5월 초)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차의 종주국에서 배운 내용을 실험하고 접목해 제품 질을 높여갔다.

 

옥선명차 사업자 등록은 2019년에 했다. 그해 6월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 전 일단 사업자로 등록하자 싶어서였다. 그해 하반기 한 학기 대학원을 다니기는 했으나, 이듬해 2020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심해지면서 유학생활을 접어야했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한 시점이 그나마 참 운이 좋았어요. 같이 입학했는데도 졸업이 미뤄졌던 친구들은 코로나로 발이 묶이기도 했거든요. 대학원 학업을 계속 잇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 덕분에 고향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결심을 하게 됐지요.”

 


 

젊은 소비자 유인할 차 산업 활성화 꿈

 

사업자 이름은 옥선명차, 브랜드는 ‘일구다’이다. 뜻만큼 이름이 멋지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요산당 창고 자리를 리모델링해 공간을 ‘일궜다.’ 미술을 전공한 남동생(하선·27)이 리모델링에 도움을 줬다. 각종 청년 농업인 지원 공모사업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많다는 점에 놀라웠다고 한다. 대외적으로 벌써 상도 많이 받았다. 하동에서 매년 여는 야생차문화축제에서 2019년부터 해마다 상을 타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25회 대회에서도 옥선명차는 발효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꿈을 물었다. “차가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젊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차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하반기에는 친환경 재질의 망을 사용한 티백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카페 형식의 티 룸부터 진열된 유리다기(그는 직접 중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종이 재질 지통이 아닌 산뜻한 느낌을 주는 금속 재질 틴 케이스 제품 하나하나까지 젊은 감각이 배어 있다. 그가 일궈나갈 젊은 차 산업이 어떠할지 벌써 궁금하다. 

 


 

중국에서 ‘차’ 공부한 하동 청년 젊은 감각의 차 산업을 ‘일구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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